마흔여덟 살 동료가 처음 ETF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첫 질문이 “뭐 사면 돼?”였습니다. S&P500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얼마를 사면 되는지, 언제 팔면 되는지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몇 달 뒤 시장이 조정을 받자 그 동료는 제게 다시 물었습니다. “이거 지금 팔아야 해?” 목표가 없으니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40대 이후에 ETF를 시작하는 것과 20대에 시작하는 것은 조건이 다릅니다. 남은 근로 기간, 현재 부채 상황, 자녀 교육비 시기, 은퇴 예정 시점이 모두 투자 전략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종목을 고르기 전에 목표를 먼저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목표가 없으면 좋은 ETF를 골라도 흔들릴 때 버티는 기준이 없습니다.
목표 없이 시작하면 생기는 일
투자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ETF를 사면 판단 기준이 항상 시장 분위기가 됩니다. 오를 때는 더 사고 싶고, 내릴 때는 빨리 팔고 싶어집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40대 이후에는 이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20대는 손실이 나도 회복할 시간이 길습니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큰 손실을 확정하면 은퇴 시점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목표와 기간이 명확할수록 단기 변동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40대 이후 투자 목표를 세울 때 먼저 확인할 것
목표를 세우기 전에 자신의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숫자 네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은퇴 예정 시점까지 남은 기간. 55세 은퇴를 생각한다면 40대 중반에 시작할 경우 10년 안팎입니다. 65세 이후를 생각한다면 20년 가까이 됩니다. 이 기간이 투자 가능한 최대 시간입니다.
현재 월 저축 여력. 생활비, 대출 상환, 자녀 교육비를 제외하고 실제로 투자에 쓸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상적인 금액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금액을 현실적으로 파악합니다.
기존 노후 준비 현황.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퇴직연금 잔액, 개인연금 현황을 합산해보면 추가로 준비해야 할 금액이 보입니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nps.or.kr)의 내연금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험 허용 수준. 투자금이 30% 빠지는 상황을 경험했을 때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버티기 어렵다면 변동성이 큰 ETF보다 안정적인 구성이 맞습니다. 위험 허용 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은 [18번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목표를 숫자로 만드는 과정
막연한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숫자가 생기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이런 목표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은퇴 후 국민연금 외에 월 50만 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 있으면 좋겠다.”
이것을 숫자로 풀면 이렇게 됩니다. 월 50만 원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60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을 매년 인출하면서 자산이 유지되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자산이 필요한지, 현재 저축 여력으로 목표 시점까지 그 규모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역산해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계산은 수익률 가정에 따라 달라지고, 수익률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숫자는 가능성의 범위를 가늠하는 참고용입니다. 구체적인 노후 자산 계획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fine.fss.or.kr)이나 공인된 재무 전문가를 통해 상담받는 것이 정확합니다.
40대에 목표를 세울 때 흔히 하는 실수
목표 금액을 너무 크게 잡는 것. “10억을 만들겠다”처럼 현재 저축 여력 대비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되는 유혹이 생깁니다. 현실적인 목표가 지속 가능한 투자를 만들어줍니다.
목표를 수익률로 표현하는 것. “연 10%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가 아닙니다. 수익률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합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얼마를, 얼마 동안, 어떻게 넣을지입니다.
단 하나의 목표만 세우는 것. 은퇴 준비라는 큰 목표 안에 중간 점검 시점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5년 후, 10년 후 자산 규모 목표를 중간 기준으로 두면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목표가 있으면 흔들릴 때 돌아볼 곳이 생깁니다
투자 목표를 세우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아닙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내 목표가 바뀌었는가”를 확인하는 기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목표가 바뀌지 않았다면 시장 변동은 판단의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첫 매수 전에 투자 목적표를 작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8번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목표를 세운 뒤 생활비와 투자금을 어떻게 분리할지는 [19번 글]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오늘 할 일이 있다면 하나입니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내 예상 연금 수령액을 한 번 확인해보십시오. 그 숫자를 보면 추가로 준비해야 할 금액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40대 투자 목표를 세우는 첫 번째 재료입니다.
